지난 8월 방문한 레바논 여행기를 쓸까 -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꽤 있어서- 하다가도,
그 여행을 적극 추천하기가 어려운 것이,
불쾌함도 많은 곳이었기 때문이다.
하지만 나 역시 궁금했던 것이,
여성이 이슬람 국가에 여행 가면 위험한가요?라는 질문.
레바논에서는 매일매일,
내가 이런 취급을 받으며 여기에서 돈을 써야 하나 싶었다.
내가 느낀 '무시감' 은,
레바논 남성들이 나하고는 이야기를 안 한다는 것.
애초에 길을 묻는 것도 나이고,
택시비를 흥정하는 것도 나인데,
내 옆 사람(남성)에게 답하기 때문이다.
영장류학자 프란스 드 발은
자신의 책 " 차이에 관한 생각"에서,
유인원 수컷들은 다른 수컷과 갈등을 피하는 흔한 전략으로
'수컷 바탕질'을 한다고 이야기한다.
상대방을 처음 만날 때 그들의 성별을 확인하고,
수컷에게 먼저 친근감을 보이는 "선택적 관심"을 전략적으로 행한다.
이 이론에 따르면,
암컷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,
평화를 원하는 강한 심리에서 나오는 행동이라는 것.
이 이론을 내 경험에 대입해 보자.
다른 곳에서는 겪지 않은 이 경험을,
왜 레바논에서는 숱하게 겪었는가?
나는 이슬람의 문화가 기저에 있을 것임을 강하게 의심한다.
그리고 그만큼 그 곳이 서로에게 매우 적대적인 환경이라는 생각.
그러나 무엇보다,
우리는 인간이다.
"이슬람 국가는 여성이 여행하기 위험한가"
위 질문에 답하기는 어렵다.
하지만 무슬림이 아닌 여성이 불쾌함을 경험할 확률은 매우 높을 것이다.
그리고, 내 돈으로 여행하는데 무시당하는 기분을 주는 상대에게 돈을 쓰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.
**베이루트 팔레스타인 난민촌이나, 돌산 한가운데에서 만난 이들이 준 관심은
생각할 때마다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.
이에 관한 글을 쓸 수 있는, 나의 분한 마음이 풀리는 날이 오겠지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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